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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LiAlH4, 68% 화상 그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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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응답하라 1994 드라마가 인기인가봅니다. ㅎㅎ
사춘기 들어선 우리 막내 딸이 TV없음에도 혼을 빼놓고  인터넷으로 보네요.
저희 집 거실은 TV대신 책장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스마트한 기기들로 인해서 딸들이 볼건 다 보네요. 
 
제게 199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떠올려봅니다. 그건은 단연코 후배의 화상입니다.
고향도 같고 교회도 같고 학과도 같았던 아끼던 후배가 같이 대학원 있을 때 비가 오늘 처럼 축축하게 내리는 어느 봄날 3층 실험실에 점심 식사 후 쉬고 있을 때 4층에 불이 났다고 해서 달려 가보니 몇분만에 참혹한 상황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실험실이 시커멓게 타 있었고 이 후배가 아래 속옷만 입은체  벗겨져 있고 많이 몸이 많이 부어 보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이 살이 다 익어 부은 것이었습니다.) 
 
후배를 업어 데리고 차로 급히 응급실로 갔습니다. 가는 도중에 이 후배가 찬양 비슷한걸 하길래 저는 너무 고통스러워 미친 줄 알았습니다.
 
후에 듣게 된 화재는 이렇게 일어났습니다. 성실한 후배가 그날도 점심 때임에도 실험 하려고 LiAlH4(유기화학 배우신 분들은 아주 잘 아는 물질) 라는 매우 인화성이 강한 가루로 된  시약의 두 껑을 여는 순간 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불꽃이 순식간에 튀어 올랐고 인화성이 많은 용매가 있는 실험실에 불이 옆으로 옮겨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 이었던 후배는 당황했고 옆에있던  투척 소화기를 찾아 던진다는게  미끄러운 실험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설상 가상으로 실험에 쓴 유리 기구를 세척하기 위해서 에탄올과 NaOH 섞어 놓은 용액이 있는데  플라스틱 베스킷에  담긴 이 알콜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플라스틱이 녹고 알콜이 쏟아지면서 넘어진 후배의 옷으로 스며 들었고 이 후배는 스턴트 맨이 특수 방화복 입고 불에 타는 장면 촬영하는 것과 흡사하게 전신이 불에 타고 말았습니다. (이 장면을  직접 본 다른 후배가 말해 주었습니다. ) 급하게 소화전으로 끄긴 했지만 이미 옷과 온몸이 타서  전신 3도 화상 그것도 68% 전신화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너무나 다행스럽게 얼굴은 거의 화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이 후배는 그야말로 죽음의 사투를 벌였습니다. 화상을 극복하여 유명한 이지선씨의 책에도 나오지만 정말 화상 치료는 지옥을 경험하는 고통을 몇 달간 경험한다고 합니다. 화상으로 괴사한 세포로 덮힌 피부에  딱지가 않아 피부를 조이면 새 살이 돋아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의사는 마취없이 칼로 온몸을 그려서 새 살이 돋도록  허락된 끔찍한 고문?을 해야합니다.  또  이 과정을 며칠만에 한번씩 할 때 마다  온몸에 드리 붓는 포비돈 소독액이 너무도 예민해진 전신의 신경에 극한 통증을 주고 괴성을 지르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통증을 불러 일으킨다 합니다. 
 
사랑하는 지인들이 병원을 번갈아 가면서 지켜주고 저도 그 때 몇번 병원에 가서 그 고통스런 시간들을 함께 해주며 지켜 보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입원한 50% 화상 환자도 사망했지만 이 후배는 이 지옥의 고통을 담담히 견디어 내고 결국 살아났습니다. 
 
 그가 체험한 것을  고백했습니다. 온몸이 불에 휘감겨  인간 횃불이된 몇 초 동안 그는 분명한 하늘의 음성을 들엇다고합니다. '네가 죽지 않고 살것이다.  선한 일이 일어 날 것이다..' 그가 이 음성을 들었기 때문에  엄청난 고통 중에도 차에서 찬양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고통스러워  미친줄로 알았고 ㅜㅜ.
과연 그것이 하나님의 음성이 맞은 듯 싶습니다.
 
그 고난의 터널을 통과한 후에  후배 입에서 나오는 말의 무게가 달랐습니다.  그는 같은과 동기와 결혼을 해 독일로 가서  자녀도 셋이나 낳고 한국 기업의 유럽 지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인정도 받았습니다.  이후에 이 회사가 철수 하게 되고 그는 원하던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프랑크 푸르트 근처에서  여러 문화권 사람들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사진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상의 흔적은 피부에 여실하게 남아있습니다. 피부세포가 호흡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후유증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충격이나 트라우마는 너무나 잘 극복하신 것같습니다. 
 
제게 자랑스러운 인생의 친구이며 고난을 잘 견디어낸 멋진 증인입니다.   고난의 의미를 다시금 긍정적으로 해석할수 있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후배가 패이스북으로 제게 남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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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내년이면 20년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아직도 제겐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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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에 감동하는 때가 언제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그리고 제가 비록 병이 있어  남들보다 쉽게 지치고 피곤과  통증을 느끼고 다리도 정맥류가 있어 압박 스타킹을 신고 다니지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것에 감사할 수 있는  도구가 됨을 보며 생의 감사를 잃지 않습니다.
 
오늘도 지난 1994년을 돌아보며 감사함으로 호흡합니다.
 
 
 
 
코멘트 3
  • s2woon 2013-11-27 10:49:50

    God bless you
    proverbs 16:9
  • wjdtjq5798 2013-12-04 12:44:31 2013-12-04 12:44:42

    그래도 카복실산의 reduction에는 LiAlH4가 필요하지만...

    화학을 전공하는 저도 때때로 이런 불행한 사고에 대해서 종종 듣고,

    더더욱 조심하고 사고를 최소화하도록 공부를 더 해야겟다는 생각이 듭니다.
  • dongguke10 2014-02-24 22:42:54

    너무나 가슴아픈 일입니다.... 실험실에서 무심코 하던 행동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를 느낍니다..글 감사합니다.